2022. 01. 10.
이문정(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유나얼은 항상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다. 걸음은 그리 빠르지 않다. 여유롭고 느긋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바쁜 걸음도 아니다. 의식적인 행위와 무의식적인 행위의 중간지점, 무언가를 하기와 하지 않기의 공존. 걷다가 만나는 존재들은 작가적 사유를 촉발하는 우연적인 순간을 선물한다. 작가에게 걷기는 창작의 시작점이자 과정이다. 무엇보다 걷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반가운 만남과 상상력의 근원이다. 따라서 작가가 걸으며 만났던 존재들은 모두 작업에 녹아든다.
어디론가 향하는 이동, 끝을 염두에 두지 않는 산책, 모두 좋다. 어느 쪽이든 세계 속 사물들이 본래 갖고 있던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모든 감각기관이 예민하게 작동하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걸으며 관찰하고 사색하기는 육체와 정신의 활동이 교차하는 지점과 같다. 감각과 정신의 동시적 작용 속에서 작가는 세속적인 삶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을 스치는 시간을 그윽하게 즐긴다. 걷기는 세계를 향해 자신을 열어놓는 동시에 자신에게 집중하고 스스로를 되찾는 경험이다. 세계를 온몸으로 맞이하며 걷는 사람은 자신의 실존을 확인하며 행복해진다.1)
[유나얼: Whom say ye that I am] 오래된 집 전시 전경, 2021, ⓒ캔파운데이션
유나얼은 걸으며 낯익은 것들을 새롭게 채집하고 낯선 것들을 친근하게 받아들인다. 익히 알려져 있듯 길에서 만난 오브제들은 유나얼의 작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잠시 작가의 발걸음이 멈춘 곳에서 만난 무언가는 삶과 창작 모두를 고양하는 동력이 된다. 개인전 [Whom Say Ye That I Am?](2021)의 출품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Duplicity 1>(2021)과 <Duplicity 2>(2021)의 액자, <시력퇴행>(2021)의 시력 측정기는 길을 걷다 만난 빈티지가게에서 발견했다. 그의 콜라주에는 어김없이 길에서 주운 오브제들이 포함되었다. 자연스러운 걸음 속에서 만난 인연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가 발견하는 무언가는 매번 그의 예술적 지향, 종교적 신념과 어우러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일례로 <시력퇴행>은 본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담아낸다. 동시에 시각의 세속성과 한계를 전하고 신에게 순종하지 않는 인간이 겪게 되는 종교적인 시력의 퇴화를 경계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매우 감각적일 뿐만 아니라 전시장의 시각적 구심점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자기 모순적인 인간 그 자체의 상징물이 된다.
<Fragile 2> Spray Paint, Pencil, Mixed Media, Collage On Parcel Box, 45×44cm, 2021 ⓒ유나얼
켜켜이 쌓이는 길목들. 그렇게 작가는 작품 사이사이를 걷는다. 수집한 오브제를 재조합하고, 콜라주를 하고, 그림을 그리기. 손과 감각이 자유롭게 산책하는 시간이다. <Fragile 2>(2021)와 <Fragile 3>(2021), 그리고 <Fragile 4>(2021)에서 군데군데 찾아지는, 이전보다 밀도가 높아진 화면 구성은 그의 감성이 한층 고조되었음을 보여준다. 지름길인 듯, 미로인 듯한 작품. 내면적이고 심리적인 흐름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한편 작업에 새로운 길을 만들거나 익숙한 길을 지우는 것은 신중하게 진행된다. <Supreme Bible>(2021), <As Newborn Babes>(2021)는 에디션이 다섯 개인 잉크젯 프린트에 기반한 작품이다. 그런데 작가는 프린트된 이미지 위에 드로잉을 첨가함으로써2) 다섯 개 중 하나이자 독립된 하나인 작품을 만들었다. 기본 구성과 배치가 아무리 같아도, 최대한 유사하게 이미지를 더하려 해도 달라짐을 벗어날 수는 없다. 결국 모두가 유일한 원본이 되어 당연시되는 전제를 비튼다. 이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무심히 넘겨버렸던 부분을 되새김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판화와 같은 작업은 에디션의 수만큼 똑같은 작품이 제작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미미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아니, 생길 수밖에 없다. 모든 에디션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100% 똑같은 상황이 가능할까?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것 같지만 같을 수 없는 다섯 점의 작품은 작가를 포함한 우리가 매일 만나는, 똑같아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세상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매일 같은 하루와 매일 다른 하루. 눈여겨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다름이 찾아지는 작품, 그리고 세상이다. 첫 개인전부터 지금까지 전시장을 지켜온 <Music Box>(2004~)는 이처럼 그가 시도했던 크고 작은 변화의 길들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그리고 그의 창작에 음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잊을 수 없게 한다.
[유나얼: Whom Say Ye That I Am?] 스페이스 캔 전시 전경, 2021 ⓒ캔파운데이션
[유나얼: Whom say ye that I am] 오래된 집 전시 전경, 2021, ⓒ캔파운데이션
작업의 길을 걸을수록 작가는 자신이 현실 속에 실재하는 육체로 존재하는,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원리에 구속된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런 그가 의지하는 것은 오직 신이다. 확신이 깊어질수록 성경을 전해야 한다는 작업의 목표는 확고해진다. 우편물을 보낼 때 택배 상자에 붙이는 ‘Fragile’ 스티커에서 착안해 인간의 나약함을 이야기한 <Fragile> 시리즈, 타인을 사랑하는 존재이지만 자신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기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의 욕심과 죄를 성찰하는 <Duplicity>가 보여주듯 인간은 참으로 약하고 부족한 존재이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성의 전능을 믿는다. 인간의 위대함이라는 허상에 속아 지적 오만에 빠지고 자신의 비참함을 간과한다. 인간은 끝없이 진리를 추구하지만 불확실만 발견되고, 행복을 갈구하지만 비참과 죽음만 남는다. 그러나 비참함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진리, 행복을 추구하지조차 않는다면 절망과 슬픔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비참함을 알기에 위대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은 위대한 존재이기도 하고 비참한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인간의 전부가 될 수 없다. 파스칼(Blaise Pascal)은 종교를 통해서만 이와 같은 모순적 인간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며 기독교가 그 해답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위대하면서도 비참하다는 인간의 본성이 가진 모순을 이해하는 기독교는 신의 사랑이 가진 질서를 통해서만 행복이 존재함을 설명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신의 은총이다.4) 이에 작가는 <As Newborn Babes>로 믿음을 통한 구원, 다시 태어남을 전한다.
<Fragile 3> Pencil, Acrylic, Mixed Media, Collage On Parcel Box, 45x44cm, 2021 ⓒ유나얼
유나얼은 신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가운데 걷는다. 마치 순례자가 그랬듯 신의 보호와 돌봄을 믿으며 신이 창조한 세상의 구석구석을 답사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걸어간다. 신앙인으로서의 소명을 중요시하며 하루하루를 신에게 바친다. 그에게 작업은 신성한 빛을 따르는 성취의 과정이다.5) 작가는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칭호를 적은 <Names & Titles of Jesus Christ>(2021)에서처럼 끝없이 신을 부르고, 신에게 의탁한다. 오직 신을 믿을 때 인간은 죄에서 해방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사람들을 신에게 인도하려 노력하고, <진리탐구영역>(2021)은 그 어떤 작품보다 신을 향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한다. <진리탐구영역>은 과거 유나얼의 개인전에서 관객들에게 배포되었던 성경을 인용한 전단지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작가의 진심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 풀어야 할 숙제도 함께 드러났다. 앞으로 유나얼은 이 숙제를 묵묵히, 즐겁게 풀어낼 것이다.
작가의 길목에 살며시 물음표를 놓고 다음 행보를 기다려본다. 유나얼이 세상 속 개인으로서, 작가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 걷는 모든 길은 진행형이다. 작가는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마음으로 바라보고, 온 힘을 다해 경험하고, 사색할 것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 김화영(역), 『걷기 예찬』, 현대문학, 2021, p. 9, p. 44, pp. 136-137.
작가 인터뷰, 2021년 12월 15일.
작가 인터뷰, 2021년 10월 18일.
박인성, 「인간의 인식에서 신으로의 이행-파스칼의 『팡세』를 중심으로-」, 『범한철학』, 제50집, 2008, pp. 144-153.
다비드 르 브르통, 2021, p. 229.
2021. 07. 06.
이문정(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피사체들의 의미보다는 이미지에 집중하며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알았다. 내가 빛에 굉장히 반응하고 있었다는 것을.1)
유나얼의 작업에 사진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4년부터다. 자신이 그린 흑인의 두상을 스캔한 뒤 인쇄해 화면의 중앙에 붙이고 잡지에서 오린 텍스트와 이미지들로 화면을 채워나간 <Untitled>(2004)가 첫 작품이다.2) 이후 작가는 사진, 작은 천과 종이 조각, 깃털 등을 결합한 콜라주 작품을 선보였고 콜라주얼(Collagearl)이라 명명했다. 콜라주얼은 작가가 손으로 직접 붙이는 방식의 콜라주와 스캔한 이미지를 컴퓨터상에서 조합하는 디지털 콜라주 모두를 포함하는데, 때로는 콜라주와 드로잉이 만나기도 한다. <Son Of Man 6>(2007), <Collage For Ebony 1>(2011), <Collage For Ebony 2>(2011), <American Dream>(2016)처럼 구체적인 형상이 그려질 때도 있고 <Great Mystery>(2017), <Supreme Bible>(2021)처럼 선이 이미지 사이를 침투할 때도 있다. <The Bread Of Life>(2009)나 <PRACE>(2009)에서는 문자 드로잉이 화면을 촘촘히 채운다. 읽어도 좋고 보기만 해도 좋다. 사진과 오브제의 콜라주 그리고 드로잉,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유나얼의 작업이다.
<Untitled> Collage, Mixed Media , 43x25cm, 2004 ⓒ유나얼
다시금 생각해 보니 풍경 사진을 콜라주한 <Unpredictable Image In America>(2011), 한 점을 제외하면 유나얼은 작업에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어떤 방식으로든 등장시킨 적이 없다. 드로잉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형상 대부분은 다른 이가 찍은 사진 속 인물이었고 콜라주에 등장하는 사진은 그의 수집품이었다.
작가가 그동안 사진 작업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나얼은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꾸준히 사진을 찍어왔다. 2010년을 전후해서는 자신의 스타일이 확립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고유성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 사진집 『REACTION TO LIGHT』 를 내고 동명의 사진전을 열었다.
유나얼의 사진이 보여주는 특징은 작업 과정에 기인한다. 그것은 특정한 이미지나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찍지 않으며 편안하게 자신의 감성과 접점을 이루는 장면을 포착하는 방식이다.3)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작가의 일상 속 풍경이 피사체가 된다. 인위적인 의도를 최대한 배제하고 매 순간의 감성에 집중하는 사진 찍기는 작가의 드로잉 작업과 유사하다. 드로잉은 작가의 생각과 감흥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예민한 손의 느낌과 감각을 그대로 전한다. 유나얼의 사진 역시 그렇다. 그의 사진은 눈으로 포착한 빛의 인상과 찰나의 분위기를 담백하게 전한다. 작가는 시야에 들어온 장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자신의 주관성을 여과 없이 솔직하게 담는다. 계획하지 않았기에 그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매번 새롭다. 시간이 흐르면 변할 모든 물질성은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는다. 그렇게 순간은 영원이 된다.
<미국모서리> ⓒ유나얼
미술 활동을 하는 작가의 사진 찍기는 새로울 것 없는 일이다. 누구나 원하는 이미지를 찍고 저장하는 시대이다.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그렇듯 유나얼도 핸드폰 카메라로 일상을 찍는다. 그러나 결과물은 일상적이지 않다. 몽환적인 인상마저 주는 그의 사진은 <우이천>, <비행기화살표>, <세븐일레븐>처럼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하거나 <미국모서리>, <햇살벽>처럼 피사체의 많은 부분이 화면 밖에 머무르기도 한다. 앞모습보다는 옆모습이나 뒷모습, 중앙보다는 주변과 모서리가 보인다. 평상시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는 무언가가 담긴 사진이다. 한 번에 시각적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사진이자 익숙한 지식을 바탕으로 단숨에 이해할 수 없는 사진이다. 몇몇 사진은 추상화 같다. 만나리라 예견하지 못했던 이미지의 단편들은 한정 짓기 어려운 감성적인 무언가를 전달할 뿐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거나 버려진 것들에 눈길을 주는 유나얼의 작업 방식이자 삶의 태도가 이번에도 작용했다. 우리의 시선이 놓치는 부분들이 이렇게 많다고 말하며 인간은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시각화한 것 같기도 하다. 형상의 실루엣이 선명하지 않은 만큼, 화면 밖에 존재하는 피사체의 부분이 클수록 해석의 가능성은 커진다. 작은 부분만 보여서 부족한 게 아니라 작은 부분만 보이기에 더 완전한 전체를 담아내는 사진이다. 우리의 일상에 이런 풍경이 있었나 싶다. 그렇게 소소한 무엇은 빛과 만나 오라(aura)를 발산한다.
<빛물땅> ⓒ유나얼
‘Reaction to light’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던 작가는 자신의 사진이 결국 빛에 대한 반응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빛이 강조되거나, 빛이 평범한 사물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줬을 때의 장면”4)이 담긴 유나얼의 사진들은 빛으로 그린 드로잉과 같다. 이는 유나얼의 사진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다. 일상에서 시작된 작업은 이제 사진의 시작을 향한다. 최초의 사진집이라 이야기되는 『자연의 연필 Pencil of Nature』 (1843)에서 윌리엄 헨리 폭스 탈봇(William Henry Fox Talbot)은 자신의 사진이 포토제닉 드로잉(Photogenic drawing) 기법으로 그린 것이며, 사진도 회화처럼 작가만의 감성과 느낌으로 친근한 일상의 장면에서 상상력을 깨울 수 있다고 말했다.5) 사진에서만 빛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려면 빛이 필수적이다. 빛은 시각적인 세계를 가능하게 해준다. 빛을 받아 눈에 보인 뒤에야 세계 속 존재(이미지)는 상징이 되어 끝없는 의미를 생성할 수 있다. 빛이 있기에 물질의 세계가 의미의 세계로 이어진다.
사진 속에서 햇빛이 물에 반사된다. 한낮의 태양, 주홍빛 노을이 손등을 비춘다. 커튼 사이로 햇살이 들어온다. 교회 벽을 비추는 빛은 따뜻하다. 그의 사진에는 어떤 식으로든 빛이 담겨 있다. 저 멀리 반짝이는 십자가가 보인다. 그의 사진에는 빛, 존재, 그리고 그림자가 함께 한다. 그렇게 빛과 피사체와 그림자는 하나가 된다. 그림자는 이 세상에 물리적인 무언가가 존재함을 증명한다. 빛이 있기에 사물이 보인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생긴다. “그림자는 삶의 무게다. 또한 그림자는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사랑의 증거물이다.”6)
<야간나무> ⓒ유나얼
그 빛은 참 빛(true light)으로 세상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비추느니라. (요한복음 1:9 KJV)
오래전부터 빛은 신성성과 초월성, 진리를 상징했으며 형이상학적인 사유의 대상이었다.7) 기독교에서 빛은 신을 의미한다. 필연적으로, 빛은 유나얼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믿음의 영역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의 사진을 보는 사람들도 참 빛을 느끼고 그에 반응하길 바라게 되었다.8) 유나얼의 사진은 일상의 풍경을 포착한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에게 사진은 믿음을 투영하는 이미지이다.
신을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 성경을 인간의 손으로 그려내는 것은 늘 한계에 직면한다. 세속적인 세계에 머무르는 유한한 인간이 초월적인 신을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인간은 신을 이해하기 위해 상징을 사용하게 되었다. 종교에서 상징은 성스럽고 신비하며 모호한 대상을 시각적으로 단순화하지만, 그로 인해 의미는 더욱 깊고 넓어진다. 상징을 통해 상징을 넘어서는 영역까지 포함하게 되는 것이다. 상징이지만 구체적인 형상을 갖지 않는 빛은 우상화를 피하면서도 신을 가리켜 보일 수 있다.9) 결국 인간이 신을 체험할 수 있는 최선은 빛이다.
다시금 피사체보다 빛이 드리운 공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나얼의 사진들을 떠올려본다.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유나얼이 찍은 사진의 주인공은 빛이었다.
<십자가1> ⓒ유나얼
작가 인터뷰, 2021년 3월 9일.
작가 인터뷰, 2021년 6월 14일.
작가 인터뷰, 2021년 3월 9일.
「더 갤러리(64) 유나얼 사진전 ‘Reaction To Light’: “핸드폰으로 피사체 아닌 이미지 찍는다”」 , http://weekly.cnbnews.com/news/article.html?no=138313, 2021년 7월 1일 최종 접속.
헨리 폭스 탈봇, 더윤(역), 『자연의 연필』 , 포토프로덕션빛소리, 2019, p. 7, p. 24.
「더 갤러리(64) 유나얼 사진전 ‘Reaction To Light’: “핸드폰으로 피사체 아닌 이미지 찍는다”」 , 앞의 사이트, 2021년 7월 1일 최종 접속.
서정아, 「영화에서 빛의 현상학, 그 나타남에 관한 연구」 , 『현대영화연구』 , Vol.13 No.4, 2017, p. 203.
작가 인터뷰, 2021년 3월 9일.
전창희, 「기독교 예배 공간에서의 빛의 상징성과 창의력에 대한 연구」 , 『신학과 실천』 , No.51, 2016, p. 65, pp. 69-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