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9. 21.

본 글은 2020년 9월 7일(월)에 진행된 이문정과 권기수 작가의 대화를 편집, 정리한 것입니다.

작가 권기수(Kwon, Kisoo)

LEE : 이문정, Kwon : 권기수

<Oar-bubbly-blue and red> 100x100cm, acrylic on canvas on board, 2020 ⓒ권기수

LEE : 동구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대해 꽤 많은 이야기가 알려져 있다. 현인, 선비, 불상의 미소가 언급되기도 하고,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Kwon : 그중에는 내가 직접 한 이야기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처음에는 내가 하지 않은 내용이 다뤄지는 것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재미있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난처하면서도 즐겁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나는 간혹 아름다운 오해라는 말을 쓴다. 내가 작업에 대해 하는 이야기들은 많은 경우 왜곡되고 오해된다. 내가 작업을 하면서 의도한 것이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런데 그런 오해가 나쁘지만은 않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광활한 해석이 나와 좋을 때도 있다.
불상의 경우 내가 직접 한 말은 아니다. 동양의 미술이 불교의 영향을 안 받았을 수는 없으니 작업을 설명하는 중에 언급되었을 수는 있다. 간접적인 영향도 있었을 거다.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된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선비, 신선들은 불상보다는 조금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간접적인 영향이거나 이후 작업이 진행, 확장되면서 나타나게 된 부분이다. 한국의 불상은 불상의 기원인 인도의 불상과 달리 둥글둥글하다. 불상의 사실적인(구체적인) 모습이라기보다, 그 부드러운 실루엣이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다. 인터뷰할 때 자주 말하는 부분인데 둥글게 살아야 하는 세상, 돌고 도는 세상, 이런 것들이 특정한 종교를 떠나 동아시아 사람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고 익숙한 세계관이고 그것이 내 작업에 부지불식간에 나오지 않았나 싶다. 아마 환경적이고 역사적인 상황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이는 내가 장르를 나누고 싶어하진 않지만 굳이 장르를 나눈다면 나의 작업을 동양화 혹은 한국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Wow, This Is A Flower!] Installation view, Gallery Fish, Seoul, 2002 ⓒ권기수

동구리는 데생을 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다가 나왔다. 동구리가 목적을 갖고 체계적으로 디자인을 열심히 해서 나온 결과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나의 첫 개인전 [The Show 1998]에는 동구리와는 전혀 다른 인물상들이 등장하는데 그와 같은 인물을 그리기 위해서는 꽤 오랫 동안 데생을 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 새로운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데 데생을 하다 보면 날이 새고, 다음날에는 다른 이야기가 떠오르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동안 내가 배우고 사용하던 방식은 아무리 빨리 그려도 대상을 찾고 그림으로 옮기다 보면 최소 며칠에서 몇 달까지 걸렸다. 지금 생각하면 잘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당시에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데생에 집중했다. 조금이라도 데생이 틀리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았다. 검은 그림이라 데생이 정확히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다. 당시 대형 작업은 4~6m 정도 크기였는데 인물이
그 정도로 커지면 머리 부분과 다리 부분의 투시가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힘들어진다. 검게 칠하는 과정에서 디테일이 사라지니 조금만 어긋나도 내 눈에 다 보였다. 그래서 작업이 참 고되었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작업이 늦어지니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생각과 감정이 바뀌기 전에 다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음악에 빠져 있었는데, 음악은 미술보다는 즉흥적으로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다고 느껴졌다. 음악은 3~4분 안에 감정을 표출하고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음악처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마치 사군자를 치는 기분으로 지금의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는 드로잉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Wow, This Is A Flower!] Installation view, Gallery Fish, Seoul, 2002 ⓒ권기수

당시에 나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동구리도 불상이나 선비를 닮은 이미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당시는 IMF 직후였고 나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그렸다. 뒷모습은 화장할 수 없고 옷이 삐져나와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관찰자인 나는 그 사람들의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처진 어깨, 가방의 무게감 등은 뒤에서 더 잘 보인다. 나는 이런 인간의 모습,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더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종이를 붙여놓고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 계획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곡 하나가 흘러나오는 동안 그렸다. 5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100~150호 크기의 화면 하나를 끝내 버리는 식으로. 마치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처럼 스스로 취해서 붓 터치도 자유롭게, 춤을 추듯이 그렸다. 음악 한 곡이 끝나면 마무리가 덜 되었어도 더 이상 그리지 않았다. 감정이 이미 흩어져 버렸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덧칠도 안 했다. 음악이 끝나면 내 감정과 행위도 거기에서 중단하고 다시 새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이런 작업을 2~3년 동안 지속했다.
그러다 개인전을 하게 되었는데, 전시 공간에 드로잉을 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분위기도 안 맞았고, 공간도 쪼개져 있어서 100~200호 크기의 그림을 걸 수도 없었다. 드로잉들을 전시장에 어떻게 걸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불필요해 보이는 부분들을 지워내고, 크기를 줄이고 하다 보니 지금의 동구리가 나왔다. 내가 처음부터 동구리라는 귀엽고 동글동글한 녀석을 디자인해보자 해서 만든 게 아니라 그동안 해왔던 드로잉을 전시할 수 없어 정리하다가 나온 것이다.

LEE : 본인의 작업을 동양화(한국화)라고 이야기했다.

Kwon : 장르를 구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현실적으로 굳이 나눠야 한다면 정확하진 않지만, 이해를 위해 단순화시켜 설명한다면 동양화(한국화) 60%, 팝 아트 30%,
그 밖의 요소들 10%라 말할 수 있다. 내가 나의 작업을 동양화라고 이야기할 때 제시할 수 있는 근거는 많다. 나는 동양화를 전공했고, 오랫동안 동양 미술을 공부하며 그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양화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것 같다. 최소한 자신 안에서는 어느 정도 고민이 해결되어야 하는데,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민을 그대로 작품에 담아내는 것처럼 보인다. 수묵화란 무엇인지, 채색화란 무엇인지, 동양화에서의 물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전통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의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전통을 따르기만 하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전통의 범위를 너무 좁게 생각하거나 너무 모호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먹과 먹물의 차이, 한지와 화선지의 차이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동양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서양화의 재료를 쓰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내 그림이 그들의 그림보다 더 동양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양화를 재료로만 구분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재료로만 분류하는 것은 서양화 작가는 한지를 쓸 수 없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인 거다. 특정한 재료나 기법에 한정하지 않고, 이 땅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나, 우리에게 담겨져 있는 미감과 세상을 보는 방법을 찾아서 표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거는 물론이거니와 현재와 미래를 담을 수 있는 재료와 물성 너머의 전통미, 미의식을 찾는 과정이 아직까지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재료로 분류하면 나는 동양화 작가가 아니다. 나를 동양화 작가로 보는 사람들은 한 10~20% 정도일까. 보통은 나를 팝 아트(pop art) 작가라 부른다. 나 역시 나의 작업에 팝 아트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팝 아트 작가라고만 불리는 것이 불편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팝 아트를 가볍고, 화려하고, 장식적인 미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팝 아트가 진중함과 무거움을 가진 작업까지 아우르는데도 너무 단편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팝 아트의 일부만을 전체라고 생각하면서 그 일부에 나의 작업을 끼워 맞추는 것이 싫을 뿐이다.

<Listen without prejudice-Green> 194x117cm, acrylic on canvas on board, 2010 ⓒ권기수

LEE : 작업에 매화, 대나무, 토우(土偶)와 같은 한국(동양)적인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Kwon : 꽃의 시작은 동그라미였다. 사람의 기호(동구리)를 만들었으니 이제 궁극의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원이었다. 원이야 말로 최상의 아름다운 가치이다. 그 원을 몇 개씩 조합하다 보니 꽃이 되었다. 실제 꽃을 자세히 보면 동그라미가 겹쳐져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내가 동양화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동양화에 집중하다 보니 매화 형상을 닮은 꽃이 나온 것이다. 처음부터 매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다. 대나무도 시작은 컬러 바(bar)였다. 컬러 바를 나열하다 보니 대나무 같은 형상이 나왔다. 어떻게 보면 내 그림은 추상과 같은 사군자에 가깝다. 내 작품 중 <붉은 분수>(2003)는 2002년 월드컵 때 광장의 환희를 보고 분출하는 열기를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그게 난(蘭)을 치듯 나왔다. 자세히 보면 봉안(鳳眼)과 파봉(破鳳)이 찾아진다. 그런데 분수를 먹이나 붉은색으로 표현하니 잘 전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배경을 붉게 하고 분수를 흰색으로 바꿨다.
토우의 경우는 조금 달라 반은 우연적, 반은 전략적이었다. 처음부터 토우를 생각하고 작업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고,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작가들에게 소 형상을 보내주고 작가들은 그 위에 작업해서 보내는 프로젝트인 ‘Cow Parade Korea 2009’에 참가했다. 나는 소에 꽃을 그려 넣고 그 위에 동구리가 앉아있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에서 목동이 소 위에 앉아있는 전형적인 동양화가 보였다. 그래서 그런 느낌을 나만의 작업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내가 예전부터 신라 토우에 관심이 많아 바로 토우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만들고 나니 동구리와도 잘 어울리는 모양이 되어서 계속 활용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동구리를 처음 만들 때, 동구리뿐만 아니라 동구리 가족, 별구리, 뱀구리, 돼지구리 등도 만들었고, 초기에 살짝 선보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들을 모두 발표하면 나를 캐릭터 디자이너로만 볼 것 같아 그 이상 발표하지 않았다. 모두 동구리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동구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도 이유였다. 만약 발표했다면 어땠을지, 더 재미있었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미발표 상태이다.

<Black Forest-Seven> 546x227cm, acrylic on canvas on 3 boards, 2006 ⓒ권기수

LEE :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의 비중이 커지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동구리의 비중이 작아진 것처럼 보인다. 동양의 세계관에 근거한, 자연 속의 인간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Kwon : 내가 도교와 도가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학자는 아니지만 『도덕경 道德經』 (기원전 4세기 경)을 비롯해 도가와 관련된 자료들을 읽고 공부했다.
동구리가 화폭에 작게 그려진 작품은 처음부터 있었다. 작업 과정 중에 변한 것이 아니다. 전통 산수화를 보면 유람하는 선비들의 모습이 동글동글하게, 작게 그려져 있는 것과 연결된다. 죽림칠현(竹林七賢)의 이야기를 담은 <Forest> 시리즈 중 가로 5m가 넘는 <Black forest-Seven>(2006)의 경우 동구리가 정말 작게 그려져 있다. 이 시리즈 이후 동구리가 작게 그려진 그림이 많이 알려져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해탈 Nirvana> 130x130cm, acrylic on canvas on board, 2008 ⓒ권기수

LEE : <해탈>(2008)과 같은 작품에 해골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Kwon : 작품에 해골이 등장하니 바니타스(Vanitas)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와 같은 해석도 존중하지만 나는 원효대사(元曉大師)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깨달음,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해탈>을 보면 해골의 눈 부분에 동구리 둘이 등장한다. 두 스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생각(예상)과 달리 나의 그림은 밝고 행복한 내용만을 담고 있지 않다. 내 그림의 주된 이야기는 죽림칠현이다. 2006년 개인전 때의 테마가 7이었다. <Black forest-Seven>을 보면, 검은색의 대나무 숲에 7명의 동구리가 그려져 있다. 영화 <세븐>(1995)에 나오는 것처럼 서양인들에게도 7이 행운만을 뜻하지 않는다. 거기엔 인간의 죄악도 같이 담겨 있다. 죽림칠현도 결코 행복한 이야기가 아니다. 거기에는 선과 악의 이야기가 함께 한다. 그 마지막은 비극이다. 죽림칠현은 정치 이야기이다. 희생양도 있고, 과대 포장된 인물도 나온다. 변절자도 있고 끝까지 기개를 지키다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동양화에서 익히 다루고 있던 이야기들이 그저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의 상황과도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추가로, 내가 그린 배는 모두 강태공(姜太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강태공의 이야기도 슬프다. 강태공은 말년에 성공하지만 그 과정을 보면 인고의 세월이다. 나 역시 작가로 활동하는 중에 갈등을 겪은 뒤 ‘나 역시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생각을 하며 강태공의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다.

<무 無>, 227.3x181.8cm, acrylic on canvas on board, 2014 ⓒ권기수

LEE : <후소>(2014)를 비롯해 작품에 선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지우는 작업이라 설명했다. 그런데 지움을 상징하기엔 선이 매우 감각적이라 느껴진다.

Kwon : <후소> 시리즈는 비움이 핵심이다. 지워가는 작업을 한 뒤 선이 그려진 그림이 나왔다. 지움을 상징하는 선이 형식화된 것이다. 그것이 극대화된 것이 <별 헤는 밤>(2014)이다. 지우는 선을 더 강조해서 그린 작품이다.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동구리도 거친 표현과 형상에서 시작했는데 예쁘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미지로 완성되었다. 예쁘게 하려는 목적이 없었는데 캔버스를 만나는 순간 그렇게 되었다.
참고로 전시 [후소 後素](2015)에 발표했던, 검은 배경의 중앙에 무지개 하나가 덩그러니 있는 <무 無>(2014) 역시 지우기 작업이다. 이 작업은 컴퓨터에서 이전의 그림을 지운 것이 아니라 클릭으로 이미지들을 들어낸 뒤 그것을 물감으로 그린 것이다. 이 시대에 알맞은 지우기 행위에 기반한 작업이다. 어제 봤을 때는 마음에 들었는데 다음날 보니 눈이 시릴 정도로 현란하게 느껴지는 작품에서 이미지들을 삭제해 나갔더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무 無>를 그렸다. 나는 이 그림이 가장 도가적인 그림이라 생각한다.

LEE : 무지개는 어떤 의미인가?

Kwon : 다리를 정제한 형상이 무지개이다. 산수화를 보면 계곡을 건너는 다리는 대부분 아치 형태이다. 아치형 다리는 꼭 무지개처럼 생겼다. 실제로 홍교(虹橋)라고 한다. 사실 구조적으로 아치형이어야 안전하다. 다리를 무지개로 그렸더니 이야기도 되고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았다. 다리는 여기와 저기를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무지개는 현실에서 이상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무지개 다리는 전기(田琦)의 <매화초옥도 梅花草屋圖>(19세기 중엽)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전기의 <매화초옥도>에도 다리가 나온다. 내 애니메이션 <매화초옥-설중방우 梅花草屋-雪中訪友>(2003)를 보면 동구리가 또 다른 동구리 친구와 멍멍이를 만난다. 선비가 다른 선비를 만나고, 내가 또 다른 자아를 만난다. 지란지교(芝蘭之交)는 물리적으로는 둘이지만, 나와 뜻이 같은 나와 다를 바 없는 친구이기 때문에 둘이지만 하나, 하나이지만 둘과 같다. 무지개에는 이런 의미가 담겼다. 그와 같은 만남을 위한 매개체이다.